가나안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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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만의 외출 – (1)

그랬다. 꼬박 십 년 만의 일이다. 한국 방문이다. 십 년 전 큰 아이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었다. 그 때 가 본 이후 처음 방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한국 방문은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일들, 즉 어머님 죽음, 중국선교 방문 때, 북한 방문 때, 중간 기착지로 잠시 허둥지둥 다녀온 것들이었다. 때문에 어쩌면 미국을 살아온 생활 43년만의 외출이라 할까.
미국의 이민자들 삶에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해 산다. 목회자인 나도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다. 그렇게 교회 부사역자로 5년을, 가나안교회 개척 이후 38년을 살면서 휴가다운 휴가 한 번 가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후회된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억울하다는 생각은 있어도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이다.
그러다가 칠십이 넘어서야 모든 것 내려놓고 생활의 무거웠던 짐들을 훌훌 내려놓고 은퇴자로서의 휴가를 떠난 것이다. 두 달을 계획하고 부부가 함께 한국을 향했다. 이제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외적인 환경 때문이었다. 교회의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을 묶어놓고 있었다. 이런 나를 “고생했다. 어려웠지.” 등등으로 위로 하겠지만 나는 이것이 목회의 길이라 생각, 결코 고생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길을 걷지 말았어야 했다.
4월이면 집 뒤뜰에 텃밭을 일구고 상추며 쑥갓, 그리고 토마토, 오이 농사를 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처음부터 포기했다. 십년만의 외출 때문이다. 3월 말 제 2대 담임목사의 취임예배가 있었다. 그동안 일꾼 뽑는 일들도 마무리 하고 부활절까지 함께 한 그 다음 화요일 KAL 비행기에 올랐다. 교회 개척 이후 38년간 새벽부터 밤까지 오직 목회에만 매달렸던 모든 것 두고 아니 새로운 목회자와 교회에 맡기고 떠난 것이다. 38년 만의 일이다.
종종 글 속에 “그는 고민이 생기면 곧 잘 여행을 떠나곤 해.” 한다든지 “이렇게 마음이 울적한 날이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몇 권의 책을 배낭에 넣고 여행을 떠난다.” 아니면 “여행은 우리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는 말에 공감은 하면서도 나에게는 너무 배부른 말이다. 여행을 휴가를 안 가는 것이 아니라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목사님 왜 휴가를 가지 않습니까?” 물어올 때는 “목사야 매일이 휴가 아닙니까?” 답하지만 속으로 “교인들 중반 이상이 휴가를 간다면 나도 가지” 스스로 답을 만든다. 그렇다. 뜨거운 여름 밖의 온도보다 거의 10도나 높은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는 교인 중 휴가를 갔다 왔다는 이 별로 없다. 흑인들 상대로 남쪽 상가를 지키는 교인들 중 휴가를 갔다 왔다는 이 별로 없다. 혹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연휴 때 1박 2일, 길어도 2박 3일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휴가뿐이다. 그러다보니 그 흔한 여행사들의 패키지여행도 성지 순례도 한번 가보질 못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후회된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방문 두 달 동안 짬짬이 여행 메모를 했었다. 두 달 경험을 미주의 동포들 그리고 교우들과 나누고 싶었다. ‘십년만의 외출’은 우리가 어릴 적 저 유명한 마를린 몬로 지하철 환풍기 위의 모습이 나오는 그녀의 영화 ‘칠년만의 외출’을 패러디 한 것이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약간의 공포까지는 아니라도 두려움이다. 긴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혀 잠들 수 없는 버릇 때문이다. 앞으로 열네 시간을 꼼짝없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그날 오헤어 공항에는 우박이 내렸다. 그래서 45분간 정도 지연해서 출발했다. 이상한 것은 좌석 앞에 설치된 TV모니터에 비행지도가 나오는데 바로 태평양을 건너는 것이 아니었다. 시카고에 북쪽으로 캐나다로 거의 북극권에서 서쪽으로 베링해협을 그리고 시베리아와 만주를 거쳐 중국 대륙으로 가다 남하하는 것 아닌가. 하늘에도 길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인 수요일 오후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처남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승용차로 1시간 반 큰 아이가 있고 누이동생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도착했다. 이곳이 앞으로 두 달 동안 한국 여행의 베이스 캠프장이다. 내가 있는 곳은 분당구 수내 1동 23-1 로얄팰리스 하우스 빌 B동 1106호 온통 영어 이름으로 세워진 수십층 아파트 중 하나다. 우선 보아도 인피티니 오피스텔, 펜텀빌리지, 파크타운 롯데아파트, 인텔빌리지 오피스텔, 보보스 쉐르빌아파트 아무리 시어머니가 찾아올 수 없는 어려운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미국을 44년간 살아 온 나도 헷갈리는 이름들이다. 아니다. 내가 있는 아파트 이름이 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