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만의 외출 – (15)갈치찌개
내가 머무는 펜션 ‘하바나’는 제주도 북쪽 해안가이다. 하루가 시작되면 멀리 가까이로 어선들이 출항한다. 같은 시각 우리 부부도 나와서 제주도 해안가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제주도 해안가의 바위 돌들은하나 같이 검은색이다. 화산이 폭발되어 만들어진 돌들이란다. 바닷가를 끼고 계속해서 올레 길을 만들어 두어걷는 이 뛰는 이에게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백팩을 맨 사오명의 그룹들이, 아침 일찍 걷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하여 제주도를 한 바퀴 일주하는 것이다. 해안도로인 올레 길을 따라서다.미스터 배는 우리를 첫날은 제주도의 남북으로 둘째 날은 동서로 그리고 마지막 날은 제주 해안을 끼고 거의 한바퀴 도는 방법으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중간 중간 특별한 곳을 방문하고 설명도 해준다. 제주 시가지를 지나면 중앙통 같은 6 차선 도로에 차들로 넘친다. 수십 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시를 왔을 대는 이 도로는 이차선 도로에 우마차가 우선이고 자동차는 차선이었다는데 그 때 박대통령이 6 차선 길을 만들라 지시했다나. 모두들 이 시골에 웬 자동차 길 6 차선인가 했는데 지금은 좁아서 차들이 넘친단다. 리더가 보는 눈은 항상 미래로 열려있나 보다.
북쪽 제주시에서 남쪽 서귀포로 가는 길을 갔다 지방도로 1139 번을 타고 가면 한라산을 비켜간다. 그러니 계속 오름길이다. 도로 좌우에는 아열대림으로 가득하고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해서 밀림에 온 기분이다.한라산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를 지나 조금만 가면 자동차로서는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1100m 고지휴게소에 다다른다. 일단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날따라 주인 외에 아무도 없었다. 쉬면서 이곳에서 파는 커피 한잔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넓은 휴게소에 단 네 사람이다. 커피를 마시며 한라산 중턱 그것도 자욱한안개 사이로 사면을 바라보던 정겨운 곳이다.
이번에는 언덕길을 내려 바다에 도착한 곳이 서귀포다. 아하, 이곳이 지명한 관광지구나. 과연 중문관광단지가 있고 멀리 가까이로 신라 호텔 롯데호텔 등 수많은 호화호텔들이 즐비하다. 긴 모래사장이 깨끗하게펼쳐져 있고 5 월인데도 바다에는 카누를 즐기는 이로 붐빈다. 수많은 관광버스가 도착하고 내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중국 사람들이다. 서울 명동을 갔을 때다. 호객하는 이들 안내하는 이들 전원이 중국말로 손님들을 호객하고 맞이한다. 그 많은 명동의 인파들 속에 우리만 빼고는 전부 중국인 같다. 이에 못지않게 이곳 제주도에도중국인들로 가득하다. 내가 머물던 기간에도 하루 중국의 같은 회사원들이 보냈다며 8 천여 명이 도착했단다.그날은 미스터 배도 우릴 안내하지 못하고 장사에 매달렸다. 이런 때가 대목이란다.
제주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날이다. 재래시장에서 호떡을 사먹으며 한 바퀴 돌았다. 맨 동쪽 성산읍의일출봉까지 갔다. 눈앞에 보이지만 우도는 들어가지 못했다. 성산일출봉은 연말 자정이면 인산인해란다. 지금도 개인 혹은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넘친다. 약속한데로 점심을 제주도에서 유명한 흑돼지구이를 그리고 저녁에는 제주 갈치찜으로, 일출봉에서 나와서 길가의 흑돼지구이 집으로 갔다. 정원형태를 만들어 이곳저곳에 테이블을 준비해두었다. 일찍이 제주도에는 돼지우리를 화장실 아래 만들어 두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흑돼지 고기가 참 부드럽다.
오면서 제주해녀 박물관도 들린다. 아주아주 옛날의 해녀들의 삶과 그들이 사용해온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지금의 해녀들의 생활모습도 비교해두었다. 얼마 가질 않아 있는 제주항일 기념관도 빠트리지 않았다.
서쪽 해안 따라 도착한 제주 시가지 외곽 해변가에는 여러 음식점으로 즐비하다. 밤이 꽤나 늦었다. ‘제주도 가면 제주 은갈치를 꼭 먹어보라’ 몇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갈치 전문 식당에 들렀다. 갈치찌게가 나오고 갈치구이가 나왔다. 미스터 배가 주문했다는데 나중에 벽에 붙여진 정가를 보니 갈치구이 두 토막의 값이 36000 원이다. 갈치 한 토막에 미국 돈 18 불이었던 샘이다. 시카고에서 먹던 갈치와 맛이 별반 다르지도않은데 말이다. 물론 제주 은갈치는 한 마리 한 마리 낚시로 잡아 올리고 혹 색깔이 변할까 은색 빛깔이 잘못될까봐 곱게 다루어 이곳까지 오는 귀한 것이라 하더라도 제주에 가거든 갈치구이는 먹지 말라 하고프다.
마지막 날 새벽같이 떠나야 했다. 비행기 출발이 새벽 6 시 50 분이다.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데 이미밖은 환하다. 마지막 제주 바다를 보는데 바로 우리가 묶고 있는 하바나 펜션 앞바다에 이상한 물체들, 가만히보니 돌고래 십여 마리가 온갖 재주를 보이고 있다. 우리를 향한 환송인가 보다. 택시기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쿠 오늘 우리형님 고기잡이 잡쳤겠군.” 투덜댄다. 저렇게 돌고래가 나오면 주위의 고기들 다 도망간다나. 그렇다. 어떤 사건도 한편으로 행복이면 다른 편으로 불행일 수 있으리라. 산다는 것은 항상 행복하길 원하지만 반대로 그것으로 불행할 수 있는 이도 있으리니 이들을 배려한다는 것이 삶의 중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