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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만의 외출 – (14) 제주도

2016년 10월 24일

십년만의 외출 – (14) 제주도

두 달 동안의 한국 방문 중 한 주간은 제주도에서 보냈었다. 그 전에도 누가 제주도에 가보았는가 하면‘그렇다’하고 답한다. 북한 방문 때다. 당시에는 김포공항이 국제공항이었다. 그런데 그날 김포공항에는 안개로인해 착륙 못하고 제주 공항으로 회항 그곳에서 두 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안개가 걷히고야 김포로 비행기가 착륙했던 것이다. 그래서 억지를 부렸다. 비행기 안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제주도에 착륙했고 비행기 창문을 통해제주도 땅과 저 멀리 한라산까지 구경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억지가 아니라 한 주간 가 본 일에 대해 당당하게 ‘가보았다’는 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실과 경험들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행 비행시간에 맞추어 김포로 갔는데 그랬다. 이제는 인천이 국제공항이고 김포는 국내선이니 제주로 갈려면 김포 비행장을 찾아야한다. 내가 머문 숙소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만에 도착했는데 옛날 청사와는다르게 너무 잘 꾸며져 있어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 못지않게 사람들도 붐비고 깨끗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제주에 너무 바람이 불고 비가 와서 뜨지를 못한단다. 난감하다. 그래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시간마다 가서확인을 했지만 ‘아직도 아직도’라는 대답이다. 차라리 ‘오늘은 안 뜬다.’ 던지 ‘내일 오라.’ 했으면 하는데 아직아직이다. 그러기를 오후 5 시 반쯤에서야 “오늘은 안 됩니다. 내일 오십시오.” 화가 나서 삿대질이라도 하고픈데 하 여기 서울이 달라진 것이 있다. 사람들 안내원이나 종업원들이 얼마나 나이스하게 대하는지 내 편에서 야단할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다. 옛날엔 그랬다. 은행이나 항공사나 종업원들 꼴란 그 위치가 무슨 큰 벼슬인양어깨를 펴고 손님들에 대해 갑의 행사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 을의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안내고 답해주는 것이다. 옛날 을의 위치인 손님은 이제 갑이 되어 을이 된 상사 직원들의 겸손한 모습이 반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이제 한국의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차라리 한국에서 파견된 미국의 주재 지상사 요원들이 아직 미비하다 할 수 있다. 미국에 근무하는 지상사 사람들이 갑의 위치에서 교포들을 도리어 을로써 취급하며 콧대를 높이는 일들 자주 목격한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져있다. 이곳에도. 처음 시카고 왔을 때다. 영사관에 확인해야 할 일 때문에 30 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공중전화로 겨우 연결이 되었는데 “지금 점심시간입니다. 담당자가 없어서 답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하세요.” 퉁명스런 말투다. 그럼 언제 전화하지 일을 끝나고 다시 했더니 아무도 받질 않는다. 모두 퇴근했겠지. 결구 그 날 연결되지 못했다.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 영사관에 있다면 기본적으로 답할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나중에서 당시 영사관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두 시간임을 알았다. 그러니 담당자 연결되는 것이 마치 하늘의별따기다. 직원은 완전한 갑이고 위해서 왔다는 교민은 완전한 을인 것이다. 담당자가 없어도 누구나 기본적인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다고 답을 줄 수 있어야했다. 그렇게 훈련되어져야 했다. 당시에 얼마나 화가 났던지한국의 외무부 장관인 이범석 장관에게 편지까지 쓴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높으신 갑이니까 답이 올 리가 없지만 당시의 객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나중 아웅산 사건으로 순직하셨지만 말이다. 확실히 공공장소의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한국사회가 정화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다.

숙소로 왔다가 다음날 아침 무작정 공항으로 나갔다. 한 시간 후 특별비행기로 마침내 제주도에 도착할수 있었다. 조카 남편인 Mr.배가 공항에 나와 있었다. 미스터 배는 제주시에서 십년 넘게 머물며 의류장사를 하고 있었기에 제주도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다. 비행장에서 바로 제주 시가지와 그리고 해변도로를 따라 여러곳의 숙소를 보여주며 좋은 곳을 택하라 했다. 결국 제주시 연대마을 ‘하바나 펜션’이라 쓴 곳을 택했고 2 층으로 숙소를 정했다. 북쪽으로 온통 유리문이고 커튼을 걷어내자 바로 제주도 바다가 확 트인 쪽빛 물빛이 우리를환영해 주고 있다. 웬 호강인가 울진에 있을 때는 누어서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는데 제주도에서는 누어서 일몰을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일출도 말 할 수 없는 신비지만 일몰은 온 하늘이 함께 변해가는 장관인것이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하루라는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지’ 하던 시인의 고백이 생각난다. 밤이면 저 멀리 수평선 쪽에 수많은 배들이 불을 밝히고 있는데 오징어를 잡는 배들이란다. 하바나는 쿠바의 수도 아닌가?그곳에 왔다는 기분으로 나 또한 호강을 누리고 있다.